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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전하는 이야기

현대 미디어 아트 그룹, ‘슬릿스코프’

 

* 이 글은 하이퍼 레터 7.0 (2024.9.30. 발행)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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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슬릿스코프'는?

 

슬릿스코프(Slitscope)’는 현대 미디어 아트 분야에서 활동하는 2인조 예술 그룹으로, 예술과 기술을 융합해 혁신적인 작품을 창조하고 있다. 그룹의 이름은 양자역학의 이중슬릿 실험에서 영감을 받아 붙여졌으며, 우리가 알지 못하는 미지의 틈새를 들여다본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슬릿스코프 그룹은 김제민과 김근형, 두 명의 멤버로 구성되어 있다. 김제민은 연출가이자 미디어 아티스트로, 인공지능을 공동 창작자로 바라보며, 인간에 대해 질문하고 탐구한다. 현재 서울예술대학교 연극 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김근형은 인공지능 연구 공학자이자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인공지능을 연구 환경에서 벗어나 실제 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프로젝트에 주로 관심을 두고 활동한다. 다양한 소프트웨어 연구, 설계,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전시, 관객과의 인터랙션, 공연을 아우르며 작품에 활용하고 있다. 예술과 과학이라는 서로 다른 분야에서 활동해왔던 그들은 2018년 미디어 아트 <I Question>을 작업하면서 함께하게 되었다.

 

초창기에 연출가 김제민은 예술가로서 인공지능을 어떻게 바라보고 작업해야 하는가를 고민했다. 그리고 그는 인공지능을 어떤 예술적인 도구적 수단이 아닌 예술적 행위의 주체로 인식하며, 공동 창작의 개념에서 접근하고자 했다. 그렇게 인공지능과의 공동창작은 새로운 예술의 길로 이어졌다.

 

인공지능과의 공동창작 작업은 ‘시는 무엇인가?’, ‘춤은 무엇인가?’와 같은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게 해,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든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슬릿스코프는 인간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해 보고자 한다.

 

 
▲ 슬릿스코프(Slitscope) ▲ 김제민   ▲ 김근형

 

활동 내용 및 주요 전시

 

슬릿스코프는 주로 비주얼 아트와 미디어 아트, 인터랙티브 아트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시 쓰는 인공지능 시아(SIA)’, 사람과 질문을 주고받는 인공지능 ‘아이퀘스천(I Question)’, 춤추는 인공지능 ‘마디(MADI)’, 공간을 생성하는 인공지능 ‘루덴스토피아(Ludenstopia)’을 이용하여 작품들을 창작했다. 또한 이러한 활동을 통해 다양한 매체, 인간과 인공지능 작가 사이 융합의 경계에서 발생하는 미학적 경험을 탐색해 왔다.

 

 시 쓰는 인공지능, ‘시아(SIA)’를 이용한 <시간(詩間)여행> (청주국립현대미술관, 2024)


시아 2021년 카카오브레인의 초거대 AI 언어 모델 KoGPT를 기반으로 탄생한 시 쓰는 인공지능이다. 슬릿스코프의 <시간(詩間)여행> 시아와 참여자가 함께 시를 쓰는 경험을 여행으로 은유한 작품이다. 슬릿스코프는 시적 언어 공간 위에 청주 지역의 지도를 겹쳐, 물리적 공간을 넘어 가상과 현실, 인공지능과 인간을 매개하는 공간, 즉 하나의 우주를 형성했다. 관람객이 <시간여행>에 접속하면 현재 위치에 대응해 시제들이 추출되고, ‘시아는 관람객이 선택한 시제를 기반으로 시를 쓴다. 또 관람객은 시아가 쓴 단어와 문장을 흩트리거나 자유자재로 이동시킬 수 있다

 

▲ 2024 청주국립현대미술관 <시간(詩間)여행> 전시

 

 사람과 질문을 주고받는 인공지능, ‘아이퀘스천(I Question)’ 시리즈 전시

 

‘아이퀘스천(I Question)’ 시리즈 전시는 ‘인공지능과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기획하게 된, 사람과 인공지능이 대화를 주고받는 미디어 아트이다.

 

첫 번째, ‘I Question’이 관람객에게 사진을 제시하면, 관람객은 자신의 생각과 같은지 또는 다른지에 따라 O, X를 통해 답변한다. 두 번째, ‘I Question’이 ‘~한 사진을 올려주세요’라는 문구를 띄우면, 관객은 적절한 사진을 선택해 업로드 한다. 이후, ‘I Question’은 관객이 올린 사진을 분석하고 그 사진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렇게 ‘I Question’은 사람들과 질문을 주고받으면서 자신만의 예술적인 시각을 갖게 되고, 예술에 대해 관람객과 대화하며 인터랙티브 미디어 아트를 보여주는 것이다.

 

슬릿스코프는 현재 소촌아트팩토리, 국립광주과학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등 다양한 장소에서 ‘I Question’ 1.0부터 7.0까지의 전시를 진행하였다.

 

▲ 2018 우란문화재단 우란5경 <I Question 1.0> 전시

 

 춤추는 인공지능, ‘마디(MADI)’를 이용한 <비욘드 블랙> 전시 (국립현대무용단, 2020)

 

마디(MADI)’는 인공지능과 무용을 접목해 두 장르 간의 융합을 시도하고자 탄생한, 한국 최초의 춤추는 인공지능이다. ‘마디의 인공지능 모형은 점과 선의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관람객은 자신의 영상, 이미지를 이용해 마디에게 새로운 무용 영상을 제공해 주고, ‘마디는 인간의 춤 동작을 학습해 안무를 만들어 낸다. ‘마디는 이렇게 인간과 인공지능이 상호 협력하는 모습을 통해 4차 산업 혁명 시대에서 인간과 기계가 만들어가야 할 관계에 대해 고찰하게 한다. 해당 작품에 대해 무용 칼럼리스트 이단비는 기술이 공연 예술에 어떤 생명력을 부여하는지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 2020 국립현대무용단 <비욘드 블랙> 전시

 

 공간을 생성하는 인공지능을 이용한 ‘루덴스토피아(Ludenstopia)’ 전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2021)

 

루덴스토피아(Ludenstopia)’는 슬릿스코프가 개발한, 공간을 생성하는 인공지능이다. 이를 적용한 미디어 아트 <루덴스토피아> 전시는 사람들이 점점 잃어가는 공간의 유희성을 주제로 한다. 슬릿스코프는 실제 20대 청년의 방을 촬영한 사진 1000장을 수집하고, 극장, 카페, , 파티룸 등의 유희공간의 사진을 추가 수집했다. 이후 인공지능 루덴스토피아 20대 학생의 개인적인 공간과 그로부터 해방된 유희적 공간을 학습시켰다. 해당 작품은 인공지능 루덴스토피아가 상상해낸 제3의 공간을 재배치해 보여준다. 슬릿스코프는 루덴스토피아 전시를 통해 물리적 공간에 의지하지 않는 인공지능이 해석한 공간의 의미를 제시하며, 물리적 공간 그리고 괴리라는 개념적 공간 속에 살아가는 인간에게 공간과 살아가는 것에 대한 포괄적인 질문을 던지고자 했다.

 

▲ 2021 서울 삼성동 코엑스 아티움 <루덴스토피아> 전시

 

슬릿스코프의 작품에서는 인공지능이 관람객과 대화하며 지식을 습득하고 상호작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동시에 인공지능은 사람과 기술, 그리고 사람과 사람 간의 연결을 형성하며, 무정한 개인주의 시대 속에서 '소통'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한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인간이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문제를 보완해주는 듯한 인상을 준다. 우리도 슬릿스코프처럼 인공지능을 도구적 수단이 아니라 행위의 주체로 인식한다면, 인공지능과 함께 상호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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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슬릿스코프’ 공식 네이버 블로그
yes24 공식 홈페이지
- 상상마당 아카데미 홈페이지
전성민, 김제민 연출가 인터뷰, 아주경제, 2022.8.6.

 

 

 


 

글쓴이 김연서

한남대학교 국어국문창작학과 재학

취미 및 특기: 작문, 디지털 콘텐츠 기획 및 제작, 디자인, 마케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