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칼럼

(6)
<말과 레이어> 한송연 칼럼 우리는 과잉연결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인스타그램이나 X(구 트위터), 스레드 등의 플랫폼에서 사람들은 쉽게 의견을 공유하고 그걸 재게시한다. 창작자들도 자신의 계정을 만들어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이 사이에서 특정 문장이 밈이 되어 원본을 잃을 정도로 퍼져나가는 건 자주 있는 일이다. 그리고 가끔 어떤 것들은 단순히 밈이 되는 정도에서 더 나아가 다른 작품에 차용되기도 한다. 학교폭력 피해자 ‘문동은’의 복수극을 그린 드라마 더 글로리>에는 이런 대화가 나온다. “너 그 말, 신성 모독이야. 회개해. 천벌 받기 싫으면.” “방금 하느님이랑 기도로 합의 봤어. 괜찮으시대.” 사실 이 말은 더 글로리> 방영 전부터 퀴어들이 퀴어포비아 진영을 상대하며 사용했던 대꾸다. ‘동성애는 죄이며, 지옥에 간다..
<웹아트 앞에서 문학을 생각하다 — 장영혜중공업을 보며> 오신이 칼럼 전공 수업을 통해 장영혜중공업의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 내가 알고 있던 디지털 아트의 이미지와는 많이 달라 조금 낯설게 느껴졌다. 나는 디지털 아트를 고화질 영상이나 화려한 시각 효과로만 떠올려왔는데, 장영혜중공업은 그런 인식과는 거리가 있었다. 단순한 화면 구성과 빠르게 지나가는 텍스트는 처음엔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동시에 예술은 늘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고, 그 가능성은 생각보다 훨씬 넓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장영혜중공업이 웹아트의 대표적인 사례로 소개되면서, 웹아트라는 장르 자체에 대한 궁금증이 깊어졌다. 이 글은 그런 질문에서 출발해, 장영혜중공업을 통해 웹아트를 들여다보고 그것이 문학과 어떻게 만날 수 있을지를 나름의 시선으로 사유해 보려는 글이다. 장영혜중공업의 작품 중 가장 흥미..
<문학은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가?> 김연서 칼럼 * 이 글은 하이퍼 레터 8.0 (2025.1.8. 발행)에 게재되었습니다.하이퍼 레터 8.0 (WEB) 보러 가기하이퍼 레터 8.0 (PDF) 보러 가기  문학은 멀티미디어 매체로의 확장과 AI 기반 창작의 활성화를 통해 꾸준히 발전하며 시대적 흐름에 부응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적 혁신과 새로운 형식의 등장은 문학의 지평을 더욱 넓히고 있다. 그 예로, 지난 11월 30일부터 12월 9일까지 개최된 디지털 포엠 전시회 ‘Digital Turn’이 있다. 디지털 포엠은 디지털 매체상에서 창작, 유통, 수용되는 모든 형식의 디지털 시로, 다양한 멀티미디어 요소를 통해 새로운 감각적 체험의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디지털 포엠은 인터랙티브(interactive) 요소를 활용해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작가와..
<디지털 포엠의 기원론> 오수민 칼럼 * 이 글은 하이퍼 레터 7.0 (2024.9.30. 발행)에 게재되었습니다.하이퍼 레터 7.0 (WEB) 보러 가기하이퍼 레터 7.0 (PDF) 보러 가기  시를 읽는 행위는 시대에 뒤떨어진 일이 되었다. 동적인 걸음 속에서 시는 여전히 정적인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시인은 계속해서 시를 발표하고, 진열된 시집의 표지는 손때 없이 깨끗하기만 하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는 읽는다는 행위를 잊은 지 오래인 시대에 살고 있다. 오래된 시 문화가 변화한다는 것을 두려워한 결과, 아예 사라진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하니 아이러니하다. 디지털 콘텐츠의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굳이 따지자면 문학 장르 중 시는 우리가 익숙하게 접하는 숏폼과 비슷하다. 과거에 독서는 독자가 텍스트를 읽는 방식에 그칠 수밖에 없었지만..
<생성형 AI 시대, 문학 창작에서의 새로운 시도> 장서희 칼럼 * 이 글은 하이퍼 레터 6.0 (2024.6.26 발행)에 게재되었습니다.하이퍼 레터 6.0 (WEB) 보러 가기하이퍼 레터 6.0 (PDF) 보러 가기  코로나 이후 디지털은 우리의 일상에 깊이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인간이 만들어 내는 방대한 데이터는 하루가 다르게 인공지능을 강화하는 데 쓰이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이 등장한 시점부터, 디지털 기술은 인간이 더 이상 거부할 수 없는 단계에 진입하고 있음을 느낀다. 2024년 대학가는 생성형 AI의 활용 가능성을 여러 방면으로 테스트하느라 분주하다. 이는 문학 창작 분야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생성형 AI 등장 이전에도 디지털은 문학 창작에 여러 영향을 미쳤다. ‘드라마티카(Dramatica)’라는 소프트웨어가 그 예시이다..
<디지털 행성으로 이주하라> 한송연 칼럼 * 이 글은 하이퍼 레터 5.0에 개재되었습니다.하이퍼 레터 5.0 (WEB) 보러 가기하이퍼 레터 5.0 (PDF) 보러 가기 2024년. 21세기. 우리는 특정 연도와 세기를 언급할 때 그것을 단순한 숫자로만 인식하지만은 않는다. 어떤 세기는 흑사병이 돌았고 어떤 세기는 르네상스가 일어났으며 어떤 연도엔 혁명의 노래가 광장을 메우기도 했다. 시대는 빠르게 변한다. 어제와 오늘의 패러다임은 동일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 와중 21세기는 단연 기계의 발전과 디지털의 시대일 것이다. 쉬지 않고 페달을 구르는 기술 발전의 틈바구니에서, 여전히 구시대적 스탠스를 취하는 몇몇의 영역이 있으니 그 중 하나가 바로 문학이다. 문학은 구술 문화의 퇴보 이후 오랜 시간 인쇄 텍스트, 즉 인쇄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