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하이퍼 레터 6.0 (2024.6.26 발행)에 게재되었습니다.
코로나 이후 디지털은 우리의 일상에 깊이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인간이 만들어 내는 방대한 데이터는 하루가 다르게 인공지능을 강화하는 데 쓰이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이 등장한 시점부터, 디지털 기술은 인간이 더 이상 거부할 수 없는 단계에 진입하고 있음을 느낀다. 2024년 대학가는 생성형 AI의 활용 가능성을 여러 방면으로 테스트하느라 분주하다. 이는 문학 창작 분야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생성형 AI 등장 이전에도 디지털은 문학 창작에 여러 영향을 미쳤다. ‘드라마티카(Dramatica)’라는 소프트웨어가 그 예시이다. 드라마티카는 문학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스토리에 사용되는 기본 구조를 제공한다. 사용자가 생각하는 바를 기본적으로 설정한 뒤, 구조에 맞게 변형하면서 예상값을 알게 된다. 이는 창작자들에게 스토리의 방향성과 그것이 가져야 할 구조에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생성형 AI 시대의 창작은 이런 이전의 경험을 훨씬 뛰어넘게 만들 수도 있다. 생성형 AI는 협업까지도 가능한 동료이며, 더 나아가서는 혼자서도 유능한 창작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학 창작을 전공하는 본인 또한, 이와 같은 상황에서 생성형 AI를 문학 창작에 활용해 본 적이 있다. 창작의 시작부터 끝까지 챗GPT와의 대화로 도움을 받으며 창작을 진행했다. 웹드라마, 하이퍼서사, 단편 소설 세 가지 작품의 시놉시스와 플롯을 만들었다. 챗GPT를 활용할 때는 의식의 흐름을 그대로 학습시키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말하듯이 프롬포트를 작성해, 생각의 원형 그대로를 챗GPT에 인지시키면서 본인과 동일한 생각 흐름을 공유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중간마다 챗GPT가 내 생각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도 확인하면서 진행했다. 이야기로 만드는 데 필요한 요소인 ‘개연성’, ‘갈등 구조’ 등에 알맞게 가고 있는지 확인받았다. 또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기초 설정에 추가해서 어떤 방향으로 이야기 전개에 아이디어가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등을 점검하였다. 챗GPT와 함께 대화를 나누며 영감을 얻기도 하고, 서사의 구체성과 완성도를 키워갔다. 생성형 AI를 이용한 창작은 팀플을 할 때보다 더 나의 생각 위주로 확장하여 이야기를 정리할 수 있었다.
앞으로 더욱 많은 작가의 기본 역량이 폭풍 성장할 수 있는 무기가 놓여있다. 작가의 머릿속에 날아가는 생각도 생성형 AI에 맞는 언어의 형식으로 잡아낼 수 있다면, 생성형 AI는 엄청난 결과와 답변을 끌고 와 도움을 줄 것이다. 창작자는 앞으로 창작 방법에 대한 고민보다는 서사라는 기본을 잘 갖춘 문학 형식 변화로 고민의 비중을 옮겨야 할 것이다. 상상력의 제한을 뛰어넘는 전혀 다른 감각 경험을 가능케 하는 것이 디지털 문학이다. 디지털 문학은 단순한 텍스트 변환으로 끝나지 않는다. 디지털이라는 신세계를 만난 문학이기에 작가들은 새로운 기술을 적극적으로 체험하고 상상력을 길러야 한다. 창작자들은 적극적으로 AI를 활용해야 하며, 작가들 또한 새로운 문학을 상상하고 도전해야 한다. 새로운 디지털 문학의 다양한 가능성을 상상하면서, 폭발적인 창작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 적극적인 참여와 시도를 반복해야 한다. 반복해서 몰려드는 새로운 시도의 파도로 결국 촘촘하고 드넓은 디지털 문학이라는 모래 해변이 만들어지게 될 것을 기대하며 말이다.
글쓴이 장서희
한남대학교 국어국문창작학과 재학
웹 콘텐츠 감상, 콘텐츠 수집, 에디톨로지 콘텐츠 제작.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말과 레이어> 한송연 칼럼 (2) | 2025.04.17 |
---|---|
<웹아트 앞에서 문학을 생각하다 — 장영혜중공업을 보며> 오신이 칼럼 (1) | 2025.04.16 |
<문학은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가?> 김연서 칼럼 (4) | 2025.01.07 |
<디지털 포엠의 기원론> 오수민 칼럼 (8) | 2024.09.26 |
<디지털 행성으로 이주하라> 한송연 칼럼 (2) | 2024.03.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