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하이퍼 레터 8.0 (2025.1.8. 발행)에 게재되었습니다.
문학은 멀티미디어 매체로의 확장과 AI 기반 창작의 활성화를 통해 꾸준히 발전하며 시대적 흐름에 부응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적 혁신과 새로운 형식의 등장은 문학의 지평을 더욱 넓히고 있다. 그 예로, 지난 11월 30일부터 12월 9일까지 개최된 디지털 포엠 전시회 ‘Digital Turn’이 있다. 디지털 포엠은 디지털 매체상에서 창작, 유통, 수용되는 모든 형식의 디지털 시로, 다양한 멀티미디어 요소를 통해 새로운 감각적 체험의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디지털 포엠은 인터랙티브(interactive) 요소를 활용해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작가와 관람객 간의 상호작용을 촉진시킨다. 일부 보수적인 예술계에서는 디지털 기술을 예술의 순수성을 훼손하는 요소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의 인쇄물 작품은 정해져 있는 해석을 일방적으로 요구했다면, 디지털 기술은 작가와 독자 간의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디지털 기술은 고전적인 인쇄물 작품의 한계를 보완하고, 더 나아가 전통적인 인쇄물 형식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가능성의 영역을 제시한다. 결국 문학 진화의 핵심은 ‘인터랙티브(interactive) 요소’에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존 인쇄물 작품과 차별화되면서도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는 디지털 포엠의 인터랙티브 요소로 무엇이 있을까?
첫 번째로, 비주얼 디포엠과 삼면화 디포엠을 통해 경험할 수 있는 ‘작품 재구성의 기회’가 있다. 디지털 포엠의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텍스트의 자유로운 배치이다. 전통적인 인쇄 문학은 보통 선형적인 줄글의 구조로 질서 있게 배열되지만, 디지털 포엠은 텍스트를 순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배치할 수 있다. 독자가 어떤 부분의 텍스트를 먼저 읽는냐에 따라 그 감상의 순서 또한 달라지며, 이로 인해 해석 역시 달라진다. 이는 독자에게 작품을 직접 재구성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작품에 참여하게 해 작가와 독자 간의 상호작용을 이끌어낸다. 이러한 방식은 디지털 포엠의 핵심적인 인터랙티브 요소라 할 수 있다.
두 번째로, 해당 전시에서 전체적으로 드러난 ‘다양한 멀티미디어 요소’가 있다. 디지털 포엠은 비디오, 이미지, 소리,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매체와 결합되어 시각적이고 청각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삼면화 디포엠은 3개로 나눈 면에 텍스트와 이미지를 배치해 독특한 시각적 효과를 만들어낸다. 영상 디포엠은 비디오와 애니메이션, 소리 효과를 결합해 청각과 시각을 동시에 자극하며, 시의 메시지를 보다 깊이 있고 생동감 있게 전달한다. 독자들은 이러한 멀티미디어 요소들을 통해 감각을 확장하고, 작품뿐만 아니라 작가와도 상호작용한다.
세 번째로, 홈페이지 유형의 작품을 통한 ‘능동적인 해석’이 있다. 관람객은 노트북 앞에 앉아 홈페이지를 스크롤하고, 버튼을 클릭하며, 숨겨진 글자를 드래그하고, 빈칸에 감상을 입력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 단순히 작품을 읽는 것을 넘어, 독자가 작품을 직접 샅샅이 탐색하고 능동적으로 해석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활발한 상호작용을 촉진한다. 이는 문학적 몰입감을 높이고,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홈페이지 유형의 디지털 포엠은 문학을 체험적 예술로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네 번째로, QR 코드와 아카이빙(Archiving)을 통한 ‘재방문의 기회 및 영속성 확보’가 있다. 모든 디지털 포엠 작품의 한켠에는 ‘QR 코드’가 표시되어 있다. QR 코드를 스캔하면 해당 작품의 원본 디지털 파일이나 관련 페이지에 바로 연결된다. 이 과정을 통해 관람객은 원작의 디지털 버전을 감상할 수 있고, 전시회 이후에도 작품을 재방문할 수 있다. 또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구축한 공식 사이트에서는 전시 작품 아카이빙으로 작품의 영속성을 확보했다.
결국 디지털 포엠은 전통적인 전시 형식이 지닌 수동성과 해석의 한계를 넘어, 독자와 작품 간의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문학적 지평을 열어간다. 독자들은 인터랙티브 요소를 통해 작품을 재구성하고 창의적으로 몰입하며, 감각의 확장을 경험한다. 이러한 변화는 작가와 독자가 함께 협력하여 새로운 영감을 창출하는 상호작용의 장을 형성하며, 문학의 미래를 여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글쓴이 김연서
한남대학교 국어국문창작학과 재학
취미 및 특기: 디지털 콘텐츠 기획 및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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