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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생동하는 새로운 서사의 시대 : 서사는 어디를 향하는가

* 이 글은 하이퍼 레터 13.0(2026.03.18발행)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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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일방적으로 들을 때는 공감에만 무게를 잰다. 그러나 상대와의 소통에서는 내뱉은 말의 무게가 달라진다. 종종 알맹이 없는 말은 관계와 전달의 흐름을 방해하는 걸림돌이 되곤 한다. 한 번 입 밖으로 나온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는 말처럼, 잘못 내뱉은 말은 뒤늦은 후회로 남는다. 즉 형태가 없는 말조차도 깊은 자국을 남기는 모습을 보인다. 그렇다면 단어와 문장으로 고정된 글은 타인의 감각과 기억 속에 어떻게 각인될까.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소통하느냐에 따라 그 안에 담긴 이야기도 각기 다른 모습으로 보여준다.

 

 

 

 

 

선형적 서사는 시작부터 끝까지 작가가 정한 경로를 따라가는 일방향적인 구조이다. 독자는 관찰자의 입장으로, 이 서사를 그대로 따라가며 읽게 된다. 전개와 결말의 과정에서 독자의 선택은 무의미하다. 일직선으로 고정되어 있는 특성이 있기에, 독자는 작가의 통제를 받으며 보게 된다.

 

반면 비선형적 서사는 반대되는 모습을 보인다. 선형적 서사와는 달리, 독자의 선택에 따라 이야기의 흐름과 결말 등이 실시간으로 변화한다. 즉 독자가 주체적으로 이야기를 구성해나가는 것이다. 따라서 비선형적 서사는 일방향적으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를 보인다. 독자와 작가 모두가 이야기를 통제할 수 있다.

 

이러한 서사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단어로 정의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선형적 서사와 비선형적 서사의 결정적인 차이는 수용과 개척이라는 단어로 설명된다. 선형적 서사는 독자로 하여금 작가가 써낸 이야기를 받아들이게 한다. 독자는 타자의 삶에 집중하며 완결성을 가진 서사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안정감을 누린다. 반면 비선형적 서사는 독자가 선택이라는 행위를 넘어서서 없던 길을 창조할 수 있도록 돕는다. 결과에 책임을 지는 주체성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잠재적 경로를 끄집어내는 과정으로 탄생되는 인과관계를 스스로 짊어지며 변화에 대한 효능감을 느끼는 것이다.

 

서사가 독자에게 남기는 ‘기억’을 바탕으로 보았을 때, 선형적 서사는 ‘여행 콘텐츠’를 감상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이는 독자에게 일종의 대리 만족감을 남긴다. 직접적으로 서사를 선택하고 진행해나가는 것이 아니기에, 독자는 등장인물의 곁에서 서사를 지켜보는 역할을 맡는다. 이외에 전개와 결말은 결국 하나로 치닫는 것에 대해서 기억이 독자에게 견고한 하나의 완결됨으로 남을 수 있다. 작품에 대한 수용적 기억이 자리 잡게 되는 하나의 근거가 되는 것이다.

 

선형적 서사는 관찰 기록을 보는 것이었다면, 비선형적 서사는 활동 기록을 자신이 남긴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이 직접 이야기를 선택한다는 행위는 그 진행에 있어서 책임을 가지게 한다. 그리고 이는 단순한 수용적인 측면을 뛰어넘어 자아 정체성 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부여할 수도 있다. ‘나 자신이 직접 이런 선택을 하는 사람’임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만약에’를 추가하게 되기도 한다. 직접 발생시킨 사건뿐만 아니라 ‘내가 이 선택을 했었다면?’과 같은 질문을 통해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까지 기억의 영역에 포함시킬 수 있다. 이러한 유동성의 자유로 비선형적 서사는 개척이라는 단어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선형적 서사는 관조적인 감각, 비선형적 서사는 역동적인 감각으로 이들의 차이를 비춰볼 수 있다. 관조적인 감각은 단순히 보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이야기에 개입하지 못하는 대신, 일정 거리를 둔 대상의 본질을 사유하며 이해한다. 정지된 선형을 곱씹다 보면, 세밀한 감각에 비롯한 관조적 태도를 가질 수 있다. 반면 역동적인 감각은 그저 움직이는 것만이 아니다. 작품과의 상호작용에 따른 독자의 심리와 감각이 끊임없이 파동한다. 단순한 능동성이 아니라, 선택에 따른 스토리 진행의 불확실성과 기대감이 역동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감각’을 바탕으로 보았을 때는 또 다른 차이점을 드러낸다. 선형적 서사는 ‘감각을 고정했다’라고 비유할 수 있다. 독자는 작가가 만들어낸 작품을 바꾸지 못한다는 점에 기인한 것이다. 그러나 고정은 ‘시간의 정교한 정지’라는 측면에서도 바라볼 수 있다. 그 작품을 음미하며 고정된 감각을 받아들임으로써 독자에게 하여금 깊은 여운을 선물한다.

 

반면 비선형적 서사는 ‘살아있는 감각’으로 비유할 수 있다. 독자가 다음 이야기의 전개를 직접 선택하는 것은 곧 감각의 생동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는 이야기의 방향을 어떻게 이끌어나갈지 길라잡이가 되어주기도 한다. 단순한 감상과 여운에 그치는 것이 아닌, 책임과 변화의 경험을 느끼게 해준다.

 

소통의 유무는 방향성을 가른다. 작가와 독자가 작품을 통해 서로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느냐에 따른 서사적 특성의 간극은 분명히 드러난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선형적 서사, 즉 소설과 같은 이야기의 흐름은 직선적으로 이루어진다. 이야기 안의 흐름은 반전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모든 전개와 결말은 작가의 의도대로 움직인다. 어쩌면 이러한 면에서 우위적인 요소를 발견하게 되는 증거로 사용될 수도 있지 않을까.

 

선형적 서사는 작가가 정교하게 멈춰 세운 ‘고정된 감각’이자, 대상과 거리를 두며 본질을 사유하는 ‘관조의 미학’이다. 독자는 정해진 경로를 따라가며 완결된 세계를 ‘수용’하고, 그 안에서 깊은 ‘여운’과 대리 만족의 안정감을 누린다.

 

반면, 비선형적 서사는 독자의 선택이 숨결이 되는 ‘살아있는 감각’이자, 스스로 길을 만들어가는 ‘개척의 역동성’이다. 독자는 관찰자의 자리에서 일어나 서사를 통제하는 ‘주체’로 격상되며, 선택의 인과관계를 짊어지는 과정을 통해 변화에 대한 ‘효능감’을 획득한다.

이처럼 일방향과 양방향이라는 소통의 간극 사이에서 서사는 누군가에게는 고요한 응시로, 누군가에게는 치열한 개척으로 각인된다.

 

 

 

 

 

 


 

 

글쓴이 구윤정

한남대학교 국어국문창작학과 재학

-인터랙티브 아트 <Butterfly>(2026), <분산참꽃>(2026) 창작
https://openprocessing.org/@u593312#sketch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