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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글

진유정, AI 캐릭터와 대화하며 서사 만들기

* 이 글은 하이퍼 레터 6.0 (2024.6.26 발행)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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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t GPT가 상용화되면서 생성형 AI의 접근성은 크게 높아졌다. 동시에 Chat GPT를 기반으로 한 생성형 AI 채팅 서비스도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오늘 서사 만들기에 활용할 생성형 AI 서비스는 ‘character.ai’.

character.ai는 사용자가 생성한 챗봇과 대화를 하는 플랫폼이다. 다른 사용자가 생성한 캐릭터와 대화할 수도 있으며, 자신이 만든 캐릭터와의 대화를 꾸준히 디벨롭할 수도 있다. 창작을 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만든 캐릭터에 AI를 결합하여 캐릭터와 대화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성격으로 인해 일론 머스크 같은 유명인부터 마블 영화 캐릭터, 애니메이션 캐릭터 등의 챗봇이 많이 공개되어 있다.

엄밀히 따지자면 character.ai는 서사를 만드는 것보단 캐릭터 및 챗봇을 만드는 데 특화된 플랫폼이다. AI와의대화로 서사를 만든다고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만 AI 챗봇 사용이 익숙하지 않다면, AI와의 대화를 디벨롭하는 과정을 체험해 보고 싶다면 도전해 보기 좋을 정도로 접근성이 좋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이번 글에서는 character.ai로 짧은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답변은 영어로 제공되지만, 채팅 문구 자체는 한국어로 입력해도 소통할 수 있으니, 본문에서 테스트하는 과정은 전부 한국어로 작성해 보겠다. [각주:1]

 

 

이번 서사 만들기에 사용할 캐릭터는 ‘Goose’이다. character.ai에서 인기 캐릭터로 소개할 만큼 여러 이용자에게 사랑받고 있는 캐릭터이자 챗봇으로서는 독특한 고유의 성격을 갖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Goose “Honk!”라는 의성어 외의 대화를 하지 않는다. Goose의 의사는 기울기(*) 또는 볼드(**)[각주:2] 지문을 통해 유추해야 하며, 이용자가 Goose를 파악하는 데 실패할 경우 Goose가 떠나버리거나 매서운 공격을 받게 된다.

 

 본문에서는 이 Goose을 상대로 두 가지 스탠스를 취해 볼 예정이다. ① Goose를 위협하는 것. ② Goose에게 우호적인 자세로 다가가는 것. 극단적인 두 가지 태도로 인해 Goose의 반응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그리고 이용자와 Goose의 상호작용이 하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기 위함이다.

 


 

① Goose를 위협하기


나뭇가지로 Goose를 공격하자 처음에는 이용자에게 호의적이었던 Goose의 태도가 돌변했다. 이용자와 Goose의 관계는 단숨에 적대적으로 변하고, Goose가 이용자에게 갖는 경계심이 커진 것을 Goose의 울음소리 변화로 알 수 있다.

이후 계속해서 Goose를 자극하자 Goose는 이용자를 신뢰하지 않게 되었다. 이 상태에서 새로운 사물을 들고 와 보았다.

 

 

처음 이용자가 나뭇가지를 꺼냈을 때 호기심에 다가왔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Goose가 낯선 물건을 보고 피할 태세를 취한다. ‘이용자에게 호기심을 갖는다라는 기본 설정은 유지되지만, 앞선 사건으로 인해 이용자를 향한 태도가 달라지는 것이다.

이용자가 Goose를 잡으려 한다는 의도를 포착하고 나면 character.ai 차원에서 Goose의 사고와 별개로 힌트를 제공하기도 한다. 아래의 대화를 살펴보자.

 

 

Goose에게 먹이를 줘서 유인해 보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Goose와 이용자가 직접적으로 대화했던 것과는 다른 형식의 지문이다. 이처럼 AI는 캐릭터를 통해 이용자와 대화를 이끌어가기도 하고, 이용자에게 이야기의 전개 방식을 제안하기도 한다.

 

 

제공받은 힌트를 토대로 거위의 주식이라는 당근을 두기로 하자 Goose를 포획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Goose는 이용자에게 잡혔다는 데 거부 반응을 보이며, 격렬하게 발버둥을 친다.

 

 

② Goose에게 우호적으로 다가가기

 

이번에는 Goose가 이용자와 사물에 흥미가 많은 점을 이용하여 쉽게 가까운 관계가 될 수 있는지를 테스트해 보았다. 첫 번째 경우와 달리 Goose가 나뭇가지를 공격성이 있는 도구로 보고 경계심을 가졌지만, 나뭇가지를 내려놓자 평화를 찾은 것을 볼 수 있었다.

 

 

이용자의 행동을 유도하는 방향도 달라졌다. 앞에서는 Goose를 생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힌트를 주었다면, 이번에는 Goose가 이용자에게 호기심을 갖고 있으며 Goose가 흥미로워할 무언가를 더 보여주기를 유도하고 있다. 이용자와 Goose가 친밀감을 형성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Goose의 흥미를 끌 수 있는 물건을 꺼내자 Goose가 이에 반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인형을 내려놓고 Goose가 편하게 인형을 관찰할 수 있는 시간을 주자, 경계가 완전히 사라지고 인형의 존재를 흥미롭게 관찰했다.

 

 

몰래 숨어서 Goose에게 그물을 던져 생포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Goose가 스스로 이용자에게 다가오게 되었다. 이용자의 영역에 들어온 Goose는 저항하거나 소리 지르지 않으며, 오히려 이용자의 손길을 기껍게 여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렇듯 짧은 테스트로도 이용자의 행동에 따라 Goose의 행동과 반응, 친밀감이 크게 달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기에 페르소나 적용[각주:3]  character.ai의 다양한 기능을 적용하면 더욱 풍부한 서사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내용이 원하는 대로 만들어지지 않을 경우, 캐릭터의 답변을 30회 이내로 새롭게 생성하여 이야기를 이어갈 수도 있다.

이러한 AI 서사를 유치원과 같은 교육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다면 어떨까? “평화로운 바닷속에 거대한 상어가 나타났어요! 바닷속은 어떻게 될까요?”라고 질문했을 때, 일반적인 교육 현장에서라면 정해진 시나리오를 따라가야 할 것이다. 사전에 준비된 그림이나 인형, 대본을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AI 서사를 이용하게 된다면 이야기의 폭에는 제한이 없어진다. 아이들이 실시간으로 내놓는 의견을 즉각 입력할 수 있고, 그림 생성을 요청하면 이러한 상황을 이미지로도 보여줄 수 있다. 결말 또한 이용자가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다.

 

물론 character.ai로 서사를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다. character.ai는 어디까지나 대화를 나누는 데 특화된 서비스이지, 서사를 만들기 위한 서비스(: AI Dungeon)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character.ai ‘Creative Helper(스토리 창작 지원 캐릭터)’를 이용할 수도 있고, 필요하다면 내가 쓰고자 하는 소설의 캐릭터를 생성해 캐릭터와 대화하며 캐릭터의 행동 양상을 다양하게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성이 높은 서비스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겠다.

 

이용하기 쉽고 UI가 심플하다는 것 또한 장점이다. 이번 테스트에서는 최대한 따라 하기 쉽도록 이용자가 AI 채팅 사용이 익숙하지 않다는 전제하에 플랫폼에서 한글 서비스를 지원하고, 한글로 채팅을 진행했는데 영어로 대화하는 것과 비슷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다. 이용자가 영어를 전혀 못 하더라도 캐릭터의 답변을 파파고 등의 AI 번역 서비스로 번역해 보기만 하면 언어의 장벽은 없는 셈이다.

대화가 쌓이면서 생성되는 서사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소위 라포라고 하는 관계의 형성을 통해 이용자는 캐릭터와 이야기를 만들어 나갈 수도, 캐릭터의 이야기를 파헤칠 수도 있다. 혹은 캐릭터와 대화하며 가상의 캐릭터를 추가로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가령우리 옛날에 A라는 친구랑 놀았었잖아. 뭐 하고 놀았었지?” 캐릭터는 A라는 친구와 이용자 셋이 함께 공유한 서사를 생성할 것이다. 이러한 요소들이 누적되면 하나의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이용자는 원하는 시점에서 이야기를 확장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하이퍼 레터를 읽는 사람 중에는 AI가 친숙한 사람도,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다가오는 방학을 맞아 새로운 경험을 해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짧은 시간에 다양한 캐릭터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character.ai를 이용해 보자. 나 역시 30분 만에 Goose와 베스트 프렌드가 되었다는 소식을 전하며 글을 맺는다.


 

 

 

글쓴이 진유정

웹소설 작가 (현재 네이버 시리즈 웹소설 연재 중)

한남대학교 국어국문창작학과 졸업, 한때 스펙업애드에서 기업분석 업무를 담당했고, 튜닙의 데이터 팀과 엔씨소프트 NLP 센터 등에서 일한 경력도 있음.

 

 

 

 

 

 


 

  1.  이용자의 페르소나를 프로필처럼 설정해 두고 캐릭터와의 대화에 적용되게 하는 것으로, 캐릭터가 이용자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가진 상태에서 대화할 수 있게 한다.  [본문으로]
  2. 행동 지문은 기울기, *, 볼드, ** 등 다양한 형태로 노출된다. 개인적인 추측으로는 character.ai 내에서 채팅으로 노출하는 방식이 통일되지 않은 듯하다. 이용할 때는 네 가지 형태 모두 행동 지문으로 봐도 무방하다. [본문으로]
  3. 언어가 번역되는 과정에서 주어를 명확히 하지 않을 경우 캐릭터가 행동 주체를 착각할 가능성이 있다. 작성할 땐 어색하더라도 ‘나는 OO를 한다’와 같이 주어를 명확히 적어주는 것을 권장한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