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하이퍼 레터 8.0 (2025.1.8. 발행)에 게재되었습니다.
디지털 포엠은 디지털 매체 상에서 창작·유통·수용되는 모든 형식의 디지털시를 말한다. 움직이는 텍스트나 이미지를 활용하기도 하고, 소리와 영상 같은 멀티미디어 요소만으로 시를 완성하기도 한다. 문자 텍스트를 쪼개고 합치고 재배치하는 작업을 하기도 하고, 게임 형식을 차용해 유희적인 시를 만들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지금까지의 전통적인 시 형식이 담을 수 없는 새로운 의미와 경험을 창출하며, 비선형적 읽기와 텍스트 생성적 특성을 통해 수용자가 시의 창작과 수용 과정에 더욱 깊이 관여할 수 있게 한다.
디지털 포엠은 한남대학교 국어국문창작학과 수업에서 처음 탄생했다. 이 수업에서 우리는 외국의 인터랙티브 시(interactive poetry), 애니메이션 시(animated poetry), 하이퍼텍스트 시(hypertext poetry) 등, 디지털 매체기술을 적용한 다양한 시적 형식과 작품들, 그리고 관련 이론들을 공부했다. 물론 국내의 멀티포엠이나 팬포엠, 그리고 디카시 운동 등도 함께 살폈다. 하지만 이런 국내외 시도들이 디지털 시대를 대표하는 새로운 시적 형식과 미학을 위한 전체적인 지형을 드러내지 못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가 직접 새로운 디지털시 형식을 만들고 직접 창작에 나서보기로 했고, 2018년 1학기 수업에서 첫 작품들을 수확했다. 이후 꾸준한 탐구와 창작을 이어가면서, 이 새로운 시 형식에 ‘디지털 포엠’이라는 이름을 붙이게 되었다.
이번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우리가 창작해 웹상에 공유해 놓은 모든 작품을 검토했다. 디지털 포엠은 창작자마다 자신만의 고유한 시적 형식을 만들 수 있는 장르인데, 우리가 만든 작품들은 대체로 세 가지 범주로 나뉘었다. 우리는 이를 각각 삼면화 디포엠, 비주얼 디포엠, 영상 디포엠이라는 명명하고, 디지털 포엠의 하위 장르로 정립했다. 물론 ‘디포엠’은 디지털 포엠의 줄임말이다. 다음은 세 하위 장르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다.
삼면화 디포엠은 세 개의 분리된 면(패널)에 디지털 이미지와 문자를 배치하는 형식이다. 개별 면이 독립적이면서도 동시에 전체적 구조 속에서 통일된 감상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한쪽 면에서 시작된 시각적, 텍스트적 요소가 다른 면으로 이어지며 서사적 확장을 이루거나, 각각의 면에서 분리된 감각을 통합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해석이 가능해진다. 삼면화 디포엠 형식은 프란시스 베이컨의 삼면화(Triptych)에서 영감을 받아 개발했다. 비주얼 디포엠은 전통적인 비주얼 포엠을 디지털 매체기술로 확장해 시각성을 최대한 강화한 형식이다. 텍스트와 이미지가 어울려 다층적 의미를 형성하게 된다. 특히 문자 언어를 쪼개고 합치고 특별하게 배치함으로써 독자 개개인에게 자신만의 해석 가능성을 열어주는 디지털 시 형식이다. 영상 디포엠은 시각적 언어와 영상 기술을 결합해 시적 의미를 담아내는 형식이다. 텍스트와 영상, 소리가 상호작용하며 다층적 의미를 형성하게 된다. 특히 음향과 영상의 리듬이 텍스트와 조화를 이루어, 감각적 체험을 통해 독자 개개인에게 독특한 해석의 가능성을 제공하게 된다. 이를 위해 창작자는 온전하게 자신만의 독특한 형식을 창조해 내야 한다.
천개의 물방울처럼 흩어져 빛날, 미래의 디지털 포엠 작품들과 그 창작자들을 기다림.
2024년 11월 30일
한남대학교 국어국문창작학과 교수 장노현 씀.
글쓴이 장노현
한남대학교 국어국문창작학과에서 디지털 서사학과 콘텐츠 기획을 연구하며, 하이퍼서사 이론 구축과 창작 교육에 힘쓰고 있다. HN2 프로젝트를 통해 디지털 문학과 하이퍼서사의 융합 가능성을 탐구한다. 이를 통해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문학 형식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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