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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AI 시대의 문학: 훼손이 아닌 확장> 최수영 칼럼

 

* 이 글은 하이퍼 레터 11.0(2025.9.15발행)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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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이슨 M. 앨런,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2022), AI Midjourney 활용작

 

최근 몇 년 사이, AI가 만든 예술 작품이 공모전에서 주목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2022년 미국 콜로라도 주 박람회에서는 Midjourney로 제작한 디지털 아트 작품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이 1위를 차지했고, 국제 디지털 아트 공모전에서도 AI와 인간의 협업 작품이 수상했다. 이를 두고 일부 사람들은 “로봇이 올림픽에 출전한 꼴”이라며 비난했지만, 창작자는 프롬프트를 설계하고, 생성된 이미지를 선택·수정하며 최종 결과물을 완성한 과정은 자신의 상상력과 노력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창작자가 어떤 색감과 구도를 선택하고, 어떤 요소를 강조할지 결정하는 순간, AI가 생성한 이미지는 인간의 의도와 판단에 따라 완전히 다른 작품으로 재탄생한다. 즉, 개인이 프롬프트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담고 결과를 선택·편집하며 발전시키는 과정 자체가 개인의 창작 역량이 된다.

 

문학에서도 이와 같은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문학은 작가의 경험과 사유, 감정을 담는 예술로 여겨졌고, 한 편의 시나 소설에는 개인의 목소리와 세계관이 배어 있어야 한다는 믿음이 강했다. 때문에 AI가 생성한 텍스트가 인간의 창작물로 인정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쟁이 계속되어 왔다. AI의 발전이 인간 고유의 문학을 훼손한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하지만 미술 사례에서 보듯, AI가 생성한 결과물도 인간이 선택하고 편집하며 발전시키는 과정이 포함된다면, 이는 분명 인간의 창작 역량으로 볼 수 있다. 즉, 인간의 선택과 판단이 작품을 완성하는 핵심이라는 점이 분명한 만큼, AI는 이러한 과정을 돕는 협력자로서 기능할 수 있다.

 

스탠퍼드 대학의 CoAuthor 프로젝트에서는 GPT-3 기반 AI와 인간 작가가 협업하는 실험이 진행되었다. 60명의 실험 참가자들은 프롬포트에 글을 입력하여 AI에게 5가지 제안을 제공받았고, 이를 수락, 수정, 또는 거부하며 최종 작품을 완성했다. 연구 결과, AI 제안은 참가자들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글쓰기 속도와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철자와 문법 오류를 줄이고 어휘 다양성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 드엉티두아잉, <향행>(2025), 비주얼 디포엠

Hn2 Project 팀이 속한 한남대학교에서도 AI를 활용한 작품 창작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창작자들은 초기 텍스트를 AI 프롬포트에 입력하여 다양한 문장 및 이미지 기반 제안을 제공받고, 분기형 구조를 반영하며 하이퍼서사를 창작하거나 시각적·텍스트적 요소를 결합하며 디지털 포엠을 창작하는 등 이를 수용하거나 수정하여 최종 작품을 완성했다. 창작자들은 이러한 경험을 통해 AI가 창작 과정에서 상상력과 표현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확장하는 협력자임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사례들은 AI가 단순한 문장 생성 도구를 넘어, 인간 작가의 창의성과 감수성을 보완하고 확장하는 ‘협력자’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AI 시대의 문학과 예술은 이제 AI와 인간이 함께 만들어가는 새로운 장으로 나아가고 있다. 창작의 본질은 단순히 “누가 만들었는가”에 있지 않다. 중요한 것은 “어떤 방식으로 아이디어를 선택하고 발전시켜 세계를 새롭게 표현하는가”이다. AI는 문학을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상상력과 판단을 확장하는 새로운 창작 파트너로 기능한다.

 

결국 AI 시대의 창작은 위기가 아니라, 인간의 역량과 상상력이 확장되는 과정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AI 때문에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내는 문학적·예술적 순간이라는 점이다.


 

 

글쓴이 최수영

한남대학교 국어국문창작학과 재학

취미 및 특기: 동영상 편집, 작품 감상 및 평가, 블로그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