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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포엠

파편에서 나비로 — <Butterfly> 창작기

 

 

* 이 글은 하이퍼 레터 14.0(2026.06.26발행)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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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utterfly> 실행 모습. (이미지를 클릭하면 작품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1. 나는 무엇인가

 

 이 간단한 질문에서부터 시작한 디지털 아트 작품인 <Butterfly>는 ‘나를 이루고 있는 것과 그 형태’를 표현하고 있다. 모니터라는 텅 빈 가상의 캔버스 위로, 조각난 텍스트 파편들이 무작위의 색상을 입은 채 흩어진다. 일률적으로 내려앉는 기존의 시적 문법에서 벗어난 이 글자들은, 관객이 마우스를 쥐고 움직임에 따라 유기적인 곡선을 그리며 하나의 '나비'로 직조된다. 마우스의 궤적을 따라 아련하게 남는 잔상은 과거의 기억이자 나비의 날갯짓이 남긴 가루이다. 즉 이 작품은 관객의 손끝에서 펼쳐지는 감각에 따라 주체의 여정을 담아낸 디지털 인터랙티브 아트라고 할 수 있다.



2. 파편들이 날개가 되기까지 

 

 ‘나도 예술가가 될 수 있을까?’

현재 수강 중에 있는 ‘디지털미디어와 문학예술’ 과목을 들으며 가진 의문이다. 디지털 아트의 다양한 작품들을 감상하면서 관객과 예술가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을 직접 경험할 기회들을 많이 가질 수 있었다. 기존의 존재하던 관객의 역할이 뒤바뀌는 것을 목도하는 것은, 곧 나 자신도 관객의 입장에서 벗어나 예술가로 변모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또한 이제껏 마주하지 못했던 예술인 만큼이나 직접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도 컸다. 이에 예술가의 면을 발굴해보고 싶은 마음으로 직접 창작을 진행해보았다.

 

이를 위해서는 작품을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를 설정할 필요가 있었다. 여기에서는 ‘나’라는 주제를 넣고자 했다. 직접적으로 작품을 통해 자아를 표현하며 실현할 수 있는 기회가 돼주었기 때문이다. 또한 가장 접근하기 쉬운 주제이면서도 누구보다도 가장 독보적으로 잘 표현할 수 있는 주제이기도 했다. 예술가와 관객 서로가 상호작용을 하며 가변적으로 동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인터랙티브 요소를 넣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표현하고 싶었던 바는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흩어진 파편들이 모여 비로소 하나의 형상을 이룬다는 점이다. 텍스트 파편들이 모두 모였을 때, 이는 곧 나비로 변모하는 모습을 보인다. 즉 나의 가치관이나 자기정체성이 흩어지는 성장통을 겪은 후 하나의 나비로 변태하여 날아오를 나를 표현하고자 했다. 두 번째는 텍스트, 잔상의 색상들은 모두 무작위성에 맡겼다. 이로써 기쁨, 슬픔, 분노 등 시시각각 달라지는 감정 등을 표현했다. 세 번째는 인터랙티브 요소를 접목하여 마우스를 움직였을 때 그에 따라 텍스트들이 잔상을 보이며 움직인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지나온 과거의 기억과 추억을 풀어내었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는 배경의 색깔 또한 무작위적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이는 살아가면서 필연, 혹은 우연적으로 바뀌는 환경을 표현하고자 노력했다.



 

3. 고정된 것에 균열을 내다 

 

인터랙티브는 서로 상호작용성을 줌으로써 관객에게 실시간적인 참여를 유도한다.  이 인터랙티브는  예술가가 가지고 있었던 심상과 경험을 관객에게 동적으로 공유하여 새로운 사유와 감각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에서 매력적인 모습을 지닌다. 따라서 이 디지털 아트를 창작할 때 인터랙티브 적인 요소를 접목하였다. 

 

이를 위해서는 코딩을 통해 구현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비전공자이기 때문에 생성형 AI인 제미나이의 도움을 받아 작품 코딩을 진행하였다. 작품을 창작 및 게시하는 플랫폼은 ‘Openprocessing’을 선택하였다. 즉각적인 실행이 가능하기에 빠른 피드백 수용이 되었고, 오픈소스의 특징을 가지고 있어 다른 사람의 코드를 가져와 창작할 수도 있었다. 

 

▲ Richard Bourne의 <Pink Hole> 실행 모습. (이미지를 클릭하면 작품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이에 Richard Bourne의 <Pink Hole>이라는 작품의 코드를 가져와서 디지털 아트를 창작했다. 마우스의 움직임을 통해 관객과 작품이 서로 상호작용하는 인터랙티브 아트의 형식이 원하던 방향과 맞았기 때문이다. 또한 마우스를 움직일 때마다 형태가 바뀐다는 점, 색깔도 일정 부분을 넘어서면 분홍색에서 검정색으로 바뀐다는 점 등 생각보다 다양한 인터랙티브 요소가 들어가 있어서 채택하게 되었다. 

 

이를 디지털 아트로 창작하는 과정에서 바꾸고자 했던 인터랙티브 요소는 총 네 가지가 있었다. 우선적으로는 축이 고정되어있었다는 점이다. 마우스를 움직이면 이 축을 중심으로 화면이 바뀌었기 때문에, 답답한 느낌이 들어 축의 고정값을 빼고 자율성을 부여하는 형식으로 나아갔다. 또한 이 코드는 마우스를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스스로도 무작위성을 통해 서로 상호작용하는 모습을 간접적으로 보이고 싶었다. 이에 마우스를 움직이지 않아도 알아서 형태가 변화되게끔, 텍스트의 파편들이 모여 하나의 나비 형태가 되도록 설계하였다. 색상의 변화가 분홍색에서 검정색, 혹은 검정색에서 분홍색으로만 전환되는 점은 너무 일률적이라고 느껴져 랜덤으로 색상의 변화가 다양하게 이루어지도록 했다. 마지막으로는 형태가 바뀌었을 때 그 모습이 평면적으로 이동만 했다는 점이다. 이는 ‘잔상’이라는 요소를 추가하여 마우스와 이루어지는 인터랙티브 요소에 형태의 잔상을 넣어서 작품이 더 풍성하게 보이게 했다. 

 

이렇듯 원래의 여러 인터랙티브 요소들도 더 많은 살을 붙여 발전시킴으로써 더욱 예술가의 심상을 즉각적으로 쉽고 풍성하게 느껴지도록 했다. 상호작용을 하는 것에 있어서 더 많은 의미의 층위를 부여하고자 한 것이다.



 

4. 실패가 쌓여 형태가 되다 

 

생성형 AI인 제미나이를 사용하여 코드를 짜다 보니, 여러 군데에서 코드의 오류가 발생하는 부분이 있었다. 이는 곧 결과 생성 및 실행 실패의 오류 메시지로 연결되어 실행 자체가 되지 않는 것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산출해준 코드가 ‘Openprocessing’과 맞지 않아 코드의 배경을 다시 검토하는 부분에서 벽을 느끼기도 했다. 물론 다시 제미나이에게 검토를 받고 맞지 않는 것 같은 부분들은 질문해갔기에, 이 문제는 빠른 시간 내에 극복할 수 있었다. 

 

또한 나비의 형태를 보일 때 계산 공식이 잘못되어 나비의 형태가 올바르지 않고 90도가 기울어진 상태로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이는 곧 계산 공식에 있어서 90도 회전을 더해준 코드를 제외하고, 다시 모양을 반대 방향으로 회전시켜 바로잡을 수 있었다. 다양한 형태를 실험해보는 과정에 있어서도 꽃을 표현할 때 생각만큼 꽃잎의 형태가 잘 실현이 안되는 등, 촘촘한 곡선적인 면을 다루는 점에서는 한계를 드러내보이기도 했다. 이렇게 다양한 형태도 실험해봤을 때 나비의 형태가 가장 구현이 잘 되었다는 점도 알 수 있었다.

 

 

5. 나는 무엇이었나

 

이 작품은 공통적이기보다는 필자의 개인적인 면을 중심으로 담고 있다. 첫 도입을 열었던 ‘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 이 작품을 만들면서 나는 바로 무엇이었는지를 깨달을 수 있는 힌트를 얻게 되었다. 바로 ‘혼란’이었다. 나는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 등의 질문들이 파편화되고, 무작위성의 순서와 색상들이 섞이며 하나의 형태가 이루어진다. 단조롭지 않고 어쩌면 산만하게 보일 수도 있는 것. 작품을 완성하고 감상했을 때, 혼란을 바탕으로 한 회고적인 작품이 된 건 아닌지 결론을 내려볼 수 있었다.

 

첫 도입을 열었던 ‘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 그리고 이 질문을 바탕으로 한 <Butterfly>. 변화의 상호작용을 통해 이 작품을 완성시키고 있는 당신에게도 이 작품이 와닿아 새로운 예술가의 길로 걸어가는 첫 걸음이 되어주길 바란다.

 

 


 

 

글쓴이 구윤정

한남대학교 국어국문창작학과 재학

- 디지털 인터랙티브 아트 <Butterfly>, <분산참꽃> 창작 (2026)

- 비주얼 디포엠 <잠수병> 창작 (2026)

- 삼면화 디포엠 <동그라미는 늘 동그랗기만 할까> 창작 (2026)

- 하이퍼 디포엠 <Toast, be toast> 공동 창작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