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하이퍼 레터 15.0(2026.09.23발행)에 게재되었습니다.

포엣푸념, HN2를 만나다
HN2 프로젝트는 그동안 디지털 문학과 관련된 다양한 창작자와 연구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 왔습니다. 이번에는 조금 특별한 자리에서, 저희 HN2가 인터뷰의 대상이 되어 포엣푸념의 질문을 통해 HN2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게 되었습니다.
포엣푸념(@poetpoonyum)은 인스타그램에서 활동하고 계신 '시인의 매거진'입니다. 이 채널은 박성후 작가의 운영 아래, 다양한 창작자를 인터뷰하시는 등 시를 바탕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다루고 있습니다.
HN2와 박성후 작가의 인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하이퍼 레터 5.0에서 HN2는 미디어 포엠 창작자로서의 박성후 작가를 인터뷰한 바 있습니다. 이번에는 그 인연을 이어, 박성후 작가가 포엣푸념을 통해 HN2를 인터뷰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인터뷰에서 포엣푸념은 HN2의 활동부터 디지털 문학에 대한 생각, 창작 과정에서의 고민까지 다양한 질문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poetpoonyum
시를 쓰고 읽은 책 및 여러 생각을 인스타그램으로 나누는 중
Q1. 디지털포엠과 하이퍼서사는 각각 무엇인가요?
디지털포엠은 디지털 매체 기술을 기반으로 창작, 유통, 수용되며, 시각적 효과와 상호작용성, 비선형적 구조 등 전통적인 시적 형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표현을 시도합니다. 한남대학교 교육 현장에서 실험된 장르 형식은 삼면화 디포엠, 비주얼 디포엠, 하이퍼 디포엠, 영상 디포엠 총 네 종류입니다.
수정 : 시를 읽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범위를 넓혀가며 한계를 뛰어넘는 시 형식이라고 생각해요.
윤정 : 인쇄매체로 작용하는 기존 시와는 다르게 (종이 안에서 잉크 정도로만 존재함) 디지털 안에서 여러 방식으로 살아 숨쉬는 시 형식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이퍼서사는 근대 문학의 서사 분야에서 디지털화된 장르입니다. HN2는 이 특정한 장르를 가지고 실험 중입니다.
Q2. 생성형 AI가 디지털포엠에 불러오는 변화는 무엇일까요?
윤정 : 창작에 있어 생성형 AI는 문턱을 크게 낮춰준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무언가를 구상할 때 '이게 과연 실현될 수 있을까', '내 실력으로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이 먼저 들곤 했는데, 생성형 AI를 활용하면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비교적 수월하게 풀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또한 그 과정에서 원리에 대한 설명도 함께 얻을 수 있어, 오히려 제가 몰랐던 부분을 새롭게 배워가는 기회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를 잘 보여주는 예시가 제가 HN2 팀의 뉴스레터에 실었던 <Butterfly>의 창작기입니다. 나비의 형상이 날아가고 무작위로 나타나는 장면 모두, 생성형 AI의 코딩 도움으로 구현될 수 있었던 결과물입니다. 디지털 포엠을 만들 때마다 구상한 바를 실제로 잘 표현해낼 수 있을지 늘 걱정이 앞섰지만, 생성형 AI 덕분에 구현이 한결 쉬워졌고 구상 단계에서도 많은 도움을 받으면서, 걱정과 달리 창작을 끝까지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생성형 AI는 디지털 포엠 창작에서 늘 높게만 느껴졌던 문턱을 낮춰준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수정 : 생성형 AI는 창작자에게 새로운 창작 도구가 되어주는 동시에, '창작의 주체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AI도 문장이나 이미지 등을 직접 만들어내는 시대인 만큼, AI의 창작을 긍정하거나 부정하는 논의가 문학계에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디지털포엠은 생성형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단순히 AI를 하나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을 넘어 AI와 인간이 함께 창작할 때 창작자는 누구이며, 작품에서 인간의 고유한 역할은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장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생성형 AI는 디지털 포엠의 창작 가능성을 확장하는 동시에, 창작의 주체와 과정, 그리고 작품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Q3. 디지털포엠만이 지니고 있는 장점과 한계, 그리고 입문자에게 추천할 작품이 궁금합니다.
수정 : 디지털포엠이라는 이름 답게, 창을 열고 닫을 수 있다는 것. 장점이자 한계라 생각합니다. 디지털 환경 속에서 무궁무진한 기술들을 활용하며 누구나 손쉽게 창작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말하면 한 번의 클릭으로 소멸·삭제되거나 누군가가 클릭해주지 않는 이상 접촉 없이 단절될 수 있다는 한계가 된다고 생각해요. 추천작으로는 김의정 창작자의 비주얼 디포엠 <파란>을 꼽고 싶습니다.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이미지가 한눈에 들어오고, 감상자가 텍스트와 이미지 요소들을 직접 뜯고 살펴보는 재미가 있는 작품이에요.

윤정 : 시각, 청각, 촉각 등 다감각적으로 표현할 자유도가 엄청나다는 게 장점이라면, 보존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한계입니다. 플랫폼이 노후화되거나 링크가 소실될 수 있어, 종이책보다 보존성은 높아도 영원한 보존은 약속하기 어렵거든요. 추천작은 김재연 창작자의 삼면화 디포엠 <참고 삼켜보자>입니다.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고, 각 패널이 유기적으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분석하는 재미가 있는 작품이에요.

Q4. 하이퍼서사도 마찬가지로 추천해주실 작품이 있을까요?
수정 : 전성은·김민희·문수경의 <연화각>(2020)을 추천합니다. 조선을 배경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정서인 '한'을 중심으로 인물들의 서사가 전개되는 괴담이에요. 주인공이 두 명인데, 이승과 저승을 오가며 두 사람의 서사를 직접 밝혀갈 수 있습니다.
윤정 : 편희주의 <A부터 A까지>(2018)를 추천드리고 싶어요. 제가 아무것도 모르던 무지한 상태였을 때 가장 쉽게 술술 읽었던 작품이거든요. 배경이 저희가 다니고 있는 한남대학교라 더 몰입하기도 쉬웠습니다. 다만 이야기의 내용이 그리 밝지는 않아요.
Q5. 이런 미디어를 활용한 텍스트들은 어디에서 기원할까요? 또한 어디로 흘러갈까요?
수정 : 인간에게 기원하고, 인간에게 흘러간다고 생각해요. 미디어도, 텍스트도, 미디어를 활용한 텍스트도 결국 인간이 인간을 위해 창작한 도구니까요. 인간의 창작은 결국 인간에게 흘러간다고 생각합니다.
윤정 : 저는 뇌에서 기원한다고 생각합니다. 인쇄매체의 시나 서사를 쓸 때는 한정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데, 미디어와 디지털을 활용한다면 뇌에서 기원했던 모든 구상점들이나 제가 꼭 넣고 싶었던 부분들을 그대로 형상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결국 미디어를 활용한 텍스트들은 뇌에서 발생된 것들을 그대로 다감각적으로 볼 수 있게 작용하고, 이는 관객에게 직간접적으로 흘러가겠죠. 미디어 포엠 등을 감상했을 때, 과연 인쇄매체적이었다면 내가 이렇게까지 느끼고 이해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 적이 있어요.
디지털 매체는 인간에게 가장 최적화된 매체를 찾아가면서 계속 발전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뇌가 하나의 생각을 하다가도 자연스럽게 전혀 다른 생각으로 넘어가듯이, 하이퍼링크 역시 정보를 자유롭게 넘나들게 하죠. 저는 하이퍼서사가 바로 이런 인간의 사고방식과 디지털 매체의 구조가 만나는 지점에서 구현된다고 생각하고, 그런 의미에서 하이퍼서사는 가장 인간적인 미디어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봅니다.
Q6. 한남대학교 국어국문창작학과는 어떤 식으로 미디어와 텍스트의 결합을 가르치거나 지원하나요?
한남대학교 국어국문창작학과에서는 오히려 미디어와 텍스트를 별개의 영역으로 보고 '결합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근대적인 관점이라고 판단합니다.
HN2에서는 문자로 된 텍스트가 있고 여기에 삽화나 음악을 부가하는 식으로 미디어를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텍스트와 이미지, 소리 등이 동시에 존재하는 멀티미디어적 표현 자체를 하나의 창작 방식으로 바라봅니다. 우리는 이미 머릿속에서 다양한 감각과 이미지가 결합된 형태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분리된 매체를 구태여 결합하는 것이 아니라 애당초 함께 존재하는 것을 디지털로 구현할 뿐입니다. 자신의 생각과 사상을 표현하기 위해 그 멀티미디어적 사고를 작품에 끄집어내는 것, 그것이 디지털 문학이에요.
실제로 국어국문창작학과 장노현 교수님의 「디지털미디어와문학예술」, 「문화기술과스토리텔링」, 「극작과웹드라마」, 「융합인문콘텐츠의 기획 및 제작」 등의 수업에서도 기본 이론과 핵심 개념을 배운 뒤 직접 창작하고, 발표와 피드백을 통해 자신의 작품과 표현 방식을 다시 사유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그래서 수업을 들으며 느낀 한남대학교의 방식은 '미디어와 텍스트를 결합해보자'가 아니라, 이미 멀티미디어적으로 사고하고 있는 우리의 생각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해보자에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를 마친 후 팀원들의 생각
윤정 : 포엣푸념 님과 디지털 포엠(미디어 포엠)을 창작하고 계신 만큼, 이에 대해 더욱 내밀한 생각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또한 더 다양한 디지털 문학의 갈래를 소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져 좋았습니다. 포엣푸념 님은 현재 음악과 시를 직접 창작하시고, 이를 영상화 하는 작업을 하고 계십니다. 쉽게 접해보시지 못한 디지털 포엠, 하이퍼 서사를 직접 전달할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HN2는 이에 국한하지 않고 더 나아가 또 다른 창작자 분께 인터뷰를 받거나, 인터뷰를 진행하며 HN2 팀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수정 :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HN2와 마찬가지로 디지털 문학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고 계신 포엣푸념 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의 작업에서 발견되는 공통점과 차이점을 자연스럽게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현 시대의 시를 바라보고 만들어가는 과정을 이야기하다 보니, 지금 우리의 시는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앞으로 문학은 어떤 모습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으로도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이러한 인연이 계속 이어지고, 더 많은 창작자들과의 만남으로도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구윤정
한남대학교 국어국문창작학과 재학
취미 및 특기: 글쓰기, 맛집 탐방, 빵 먹기, 이상한 일 시도 및 기획하기, 경험하기

이수정
한남대학교 국어국문창작학과 재학
취미 및 특기: 허상을 실상으로 • 무모한 행위 시도 • 시키면 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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