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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자 인터뷰

하이퍼서사 <COMA> 정예은 작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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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하이퍼 레터 7.0 (2024.9.30. 발행)에 게재되었습니다.

 

 

Q1. 작품 소개와 창작동기가 무엇인가요?

* 하이퍼서사라는 장르로 해당 이야기를 풀어낸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혼자 작품을 창작하신 이유도 따로 있나요?

A1. <COMA>는 혼수상태에 빠진 주인공이 현실로 돌아가지 못하고 환상 세계를 헤매는 이야기로 하이퍼 서사로 창작되었습니다. 장르는 판타지로 본래 웹소설로 기획을 하고 있었던 작품이었습니다. <COMA>에는 주인공이 문을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가면 계속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설정이 들어가 있어요. 저는 이게 제 작품의 가장 큰 특색이라고 생각해요.

하이퍼 서사로 창작을 결정하게 된 것도 그 때문이었어요. 웹툰이나 게임, 영상 콘텐츠 등에 견주어 웹소설 지닐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은 공간적 배경이 수백 가지가 추가되더라도 크게 제약이 없다는 거였는데 이걸 스피드감 있게 풀어내기가 좀 어려웠어요. 배경이 전환되면 웹소설 같은 경우도 매번 일러스트를 첨부하는 게 아니라면 그때마다 배경에 대한 묘사가 들어가야 하다 보니 서술이 길어지고 대사가 적어지죠. 또 웹소설에서는 한 편 한 편이 일정 분량으로 끊어지기 때문에 분량 상 배경의 전환이 못 일어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이 작품을 하이퍼 서사로 풀어내보고 싶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하이퍼 서사가 가지고 있는 특징들이 이 스토리의 많은 문제들을 해결해 줬어요. 장면과 장면이 끊어지더라도 유닛 자체가 끊어져 있기 때문에 어색함이 없었고 각 유닛들의 분량 또한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어서 정말 창작하기가 편했던 것 같아요.

 

Q2. 작품 창작 과정과 창작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궁금합니다.

*활용한 플랫폼 혹은 툴이나, 창작 소스를 선택한 이유나 활용한 종류도 궁금합니다. 

A2. 음, 일단 작품 창작을 저 혼자서 했다 보니 많은 서사를 담지 못했던 게 조금 아쉬움으로 남아요. 혼자서 해보겠다고 생각했던 건 제가 잡았던 서사의 순서나 세계관, 그리고 구성자체가 너무 방대해서 다른 팀원에게 이걸 전부 이해시키기가 어려울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어요. 또 다른 팀원과의 합의를 거쳐서 집필을 하게 될 경우에 유닛 구성이나 구조를 계속해서 변경하는 게 어렵겠다고 생각했었는데 혼자 하다 보니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더라고요.

 창작을 하면서 가장 문제가 됐던 부분이라면 아무래도 장르였다고 생각이 됩니다. 판타지는 어느 정도 정형화된 세계관을 가져다 쓰는 게 아니라면 초반에 독자에게 세계관을 이해시켜야 합니다. 그렇다 보니 세계관 설명에만도 상당한 유닛을 소모하게 되더라고요. 또 선형적으로 쓰지 않고서 세계관을 설명하기도 어려웠어요. 결국에 초반 유닛에 세계관 설명을 간략하게 추가한 후, 나머지는 스토리에 녹이는 걸로 대처를 하게 됐죠.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아마 마무리가 안 됐을지도 몰라요.

 

Q3. 세계관이 깊어지는 것을 독자가 찾아내는 게 <COMA>의 큰 특징이라고 보는데, 서사를 흥미롭게 하기 위한 설계가 궁금합니다.

*설치한 장치나 효과가 따로 있나요? (예를 들어, 메인 화면의 채도를 낮추는 유닛이 존재한다는 등)

A3. 실제로 독자들이 이걸 흥미롭다고 느끼셨는지는 모르겠어요. 제가 작품을 창작할 때 가장 중심적으로 생각했던 건 미로 같은 느낌을 주는 거였어요. 사실 블로그로 제작된 하이퍼 서사들이 꽤 있는데, 그건 사실 유닛 외적으로 그 페이지에 들어갈 수 있는 경로가 많거든요. 전 그걸 다 막고 싶었어요. 그래야 헤매는 느낌을 줄 수 있을 거고 그래야 독자들이 단서를 찾아다니기 위해 계속 유닛들을 돌아다니게 될 것 같았거든요. 실제로 독자들에게 어떻게 느껴졌을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작품 창작에 WIX를 사용한 것도 미로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서였어요, WIX의 사이트 설계에선 화면 구성 자체를 제가 원하는 대로 디자인할 수 있어서 할 수 있는 게 많았어요. 배경을 바꿔버리거나 ‘다음 페이지’나 ‘이전 페이지’ 같은 링크를 없애버릴 수도 있었죠. 작업하면서 예상치 못한 부분도 있었지만 원하는 형태로 창작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쓰기 나름이라서 더 공부하면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아요.

 

Q4. <COMA>를 만들 때, 가장 신경 썼던 하이퍼서사 요소는 무엇인가요?

*어떤 요소가 가장 하이퍼서사의 핵심이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도 궁금합니다.

A4. 시작과 끝이 없어야 한다는 점이었던 것 같아요. 스토리 구조를 비선형적으로 구성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는데 원하는 만큼 반영할 수 없어서 그게 창작과정에서 조금 아쉬웠어요. 저 스스로도 선형적 스토리 구조에 익숙해져 있는 것도 있고, 어떤 유닛을 어떤 시점에 보더라도 각 유닛이 너무 낯설게 느껴져서는 안 되고 이해가 가능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일부 유닛들에게는 노출 순서가 정해져 있지 않으면 안 되는 부분도 있었어요. 기존의 선형적 스토리보다는 훨씬 더 구조적이고 복합적으로 문제를 풀어내야 했던 것 같아요.

 

Q5. 하이퍼서사를 만들고 난 후의 감상과 개인적인 생각 전환 등이 있으신가요?

*하이퍼서사의 장르의 가능성이나, 실험 후의 체험 등이 궁금합니다.

A5. 음, 생각보다 완성도 있는 하이퍼 서사를 만들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이퍼 서사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면서 플롯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작품의 구조와 각 유닛의 구성 및 배치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걸 느꼈어요. 센스나 감각적인 결정도 물론 중요하지만 창작 초기 단계에서 좀 더 전략적인 스토리 구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구성의 난이도가 꽤나 높다고 느꼈습니다. 이걸 조금 더 쉽게 만들기 위해선 추가적인 장치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구요. 게임에서 스토리를 비선형적으로 풀어낼 때 차용하고 있는 시스템 등을 하이퍼 서사에도 차용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일부 들었어요. 다른 작가들의 작품 중에 비슷한 방식을 시도하고 있는 작품을 몇몇 본 것 같아요. 사실 플랫폼 자체가 하이퍼 서사 전용으로 나온 것이 없다 보니 지금은 사실 흉내만 낸 상태죠. 기회가 된다면 하이퍼 서사의 전용 플랫폼을 한 번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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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자 정예은

한남대학교 국어국문창작학과 졸업.

판교에서 게임 기획자로 일하는 중.

 

 

 

 

 

 

인터뷰어 : 장서희